김주평, [2010 청평문집] 세번 째
김주평
갓 잡아 온 야생의 사랑은 매우 거칠고 기운이 셉니다.
주인을 물어 상처를 입히기도 하니 주의하세요. 그 상처는 굉장히 오래가고, 괜찮다가도 이따금씩 도져서 당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그러므로 최대한 빨리, 사랑에게 당신이 녀석의 주인임을 인식시키고 길들이려 노력하세요. 지체하면 놈이 당신의 주인이 되어 당신을 길들일 겁니다. 그렇게 길들여진 당신은, 평생 사랑의 노예가 됩니다.
아! 혹, 샵에서 사랑을 구입하셨다면 지금 당장 환불받으시길 권장합니다.
돈으로 산 사랑은 그 수명이 짧을뿐더러, 말년엔 주인을 물고 야생으로 도망쳐 당신에게 아픈 상처만을 남깁니다.
사랑은 당신의 이성을 먹고 삽니다. 당신이 사랑을 키우는 동안 이성적 판단에 곤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사랑이 배설하는 '콩깍지'는 매우 위험한 존재입니다. 눈에 들어가면 의사와 상의해도 소용없으니 주의! 또, 주의하세요.
사랑은 좁은 공간에 갇혀 통제당하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사랑이 너무 커져 당신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해 소나무 분재마냥 옭아매 둔다면 당신은 곧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럴수록 사랑은 더 크게 자란다는 것을요.
건강히 자라 성숙해진 사랑을, 당신이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에게 보여주세요. 그리고 제안하세요. 사랑을 함께 키우는 것이 어떻겠냐고….
당신 곁의 사람과 함께 사랑을 키워나가며 또 다른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시길…. 이상, 사랑 사육법이었습니다.
다른 글들과 달리 맞춤법이 참 많이도 틀렸다.
몰라서 틀렸는지 쓰다보니 틀렸는지도 기억이 안나서 더 재미있다.
청평문집 (부제 :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의 두번 째 시. 아마 그 당시 짝사랑이 괴로웠는지, 마음 속에서 떠나 달라는 메타포의 시를 적었다. 오랜 만에 '꽉찬 빈방'이라는 표현이 퍽, 인상적이다. 유부남으로서 사랑으로 가득찬 방을 가슴에 품고 사는 현재의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또 한번 말하지만, 여보! 사랑하오) 스무살의 나는 꽤 감성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을 애완동물에 비유하여 '사육법'을 적었다. 다시 읽어보니 재미있는 비유다. 구절 구절 뭘 의미하는 지 그 메타포가 명확해서 피식, 피식 웃게 된다.
노트 왼쪽 귀퉁에 2010년 8월 10일. '참신한 공상은 늘 즐겁다'라는 글귀도 참 재밌다. 상상이 아니라 '공상(空想)'이라 표현 한 것을 보니 한자 그대로 비어서 부질없는 상상이라는 걸 스무살의 나는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공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좋은 재료들이었음 역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린시절의 공상과 사색이 나를 성장시켰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지금은 공상과 사색이 창의력으로 작용해 목회 사역의 살림 밑천이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