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평, [2010 청평문집] 네번 째
김주평
시험지를 받기 전엔 기대감에 하회탈
시험지를 받고나니 먹은 아침 배탈
시험지를 풀다보니 아,이건 뭐 해탈
시험지를 채점하니 하하하하 허탈
오늘은 여기저기 구석구석 탈탈탈
2010 청평문집 속의 유일한 탈 사랑시(^^)이다. 아마도 모의고사를 본 날로 기억된다.
'탈'로 운율을 맞추어 쓴 스무살 주평이의 시를 읽으며 미소가 지어진다.
청평에서의 수험생활 가운데 쓴 글은 10편이 채 안된다. 한달에 한 편 정도의 글만 썼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자퇴 후, 다시 수능을 치기로 결정하고 기숙학원에 들어가면서 가졌던 마음가짐이 또렷히 기억난다.'훗날 돌아볼 때 가장 치열하게 공부했던 기억을 만들자.' 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들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꽤나 비쌌던 기숙학원 비용을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등록했다. 부모님의 노후자금이었다. 그 기숙학원은 삼시세끼 뷔페식 식사를 제공하고 세탁과 건조, 방청소까지 모든 일을 다 해주었다.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받는 것이었다. 비용이 월 200만원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버지 은퇴 후 넉넉치 않았던 우리집 사정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상상하면 안될) 학원비였다.
스톱워치로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오로지 공부하는 시간만을 재면서 매일 기록을 갱신하는 재미로 살았다. 하루 14시간을 꼬박 공부하고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14:08:02 에 멈춰 서있는 스톱워치를 보며 뿌듯해 하던 그 모습이 기억난다.
꽤 괜찮은 성적을 받고도 신학대를 진학하기로 결정했을 때, 조금은 허탈해하시는 것 같았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직 내 삶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 당장 평가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이 부르시고, 내가 선택해 걷는 이 목회의 길 가운데도 저 수험생활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는 날이 언젠가 오지 않을까?
여러모로 '탈탈탈'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나의 선택을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아버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