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마치고 주일을 맞았다. 나의 결혼이 예배와 사역에 악영향을 주면 안될 것이고, 또 우리 교인들의 주일성수에 덕이 안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되기에 주님사랑교회의 담임목회자로서의 책임과 마포지방 교육부 임원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고 떠나기로 했다.
사역을 마치고 나니 오후 6시. 비행기 시간은 11시 20분.
교인인 대현형제가 차로 공항에 데려다주어 10시 경 도착했다.
2터미널로 가야하는데 1터미널에 내린 터라 순환버스를 타고 대한항공 플랫폼에 도착하니 10시 30분.
아내 뒤를 따라가며 사진도 찍어주며 늦장을 부리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항공사 직원의 목소리.
"혹시 싱가폴 가시나요?"
그렇다고 하니 이어지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
"여기 계셨네요. 출발 한시간 전에 체크인이 끝나는 걸 모르셨군요. 체크인 시간이 끝났어요! "
외국 나가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잊었다. 비행기는 열차와 다르다는 걸.
다급히 무전을 치는 직원.
"60 알파 브라보 승객 찾았습니다. 혹시 마감되었나요?"
심장이 미친듯 뛰었다. 휘둥그래진 아내의 눈을 한번 바라보고 다시 직원의 입모양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키는데..
“아직 퇴근 안했답니다, 짐 얼른 부치고 뛰어가셔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정말 간신히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숨 한 번 돌리고...
자다 깨길 반복하여 7시간의 비행끝에 싱가폴 창이공항 도착.
싱가폴은 한국보다 1시간이 빨라서 현지시간으로 새벽 5시였다.
이제 호텔 체크인시간인 오후 2시까지 9시간을 어찌 보내야할 지가 문제였다.
일단은 공항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는 것으로 신혼여행의 첫 일정을 시작, 신라면이 너무 반가워서 시작부터 한식(?)을 해버렸다.
일단 짐을 좀 줄여보겠다는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숙소인 '스칼렛 호텔'로 향했다.
생각보다 친절한 직원분께서 미리 등록을 받아주고 캐리어를 보관해주시기로 했다.
친절한 직원은 한가지 재미난 실수를 했다.
그것은 우리 부부를 북한사람으로 오해한 것.
정정을 요구했지만 전-혀 상관없다며 대충하자는 직원의 말에 뭔가 언짢고 찜찜했지만..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무튼 짐은 잘 맡겼으니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을 보내러 출발. 동네 탐색을 나가보았다.
쓰레기 없기로 유명한 싱가폴에서 처음 발견한 쓰레기는 K-쓰레기!
싱가폴에서 한국의 인기는 어마어마하다. 오징어게임, BTS가 국위선양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아 봉봉..도?
스타벅스가 보여 들어가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시며 여행계획을 세웠다. 싱가폴여행에 관한 책을 구입해놓고 사역과 결혼준비로 읽지못하다가 이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으며 계획을 세웠다.
식사는 클락키 강변에 있는 SQUE라는 곳에서 하기로 했다. 사테와 폭립을 먹었다.
클락키 강변을 걷는데 대한민국 대 가나의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고 있는 가게가 있었다. Sultan Palace라는 펍이었다.
잠시 서서 구경하는데, 주인이 나와서는 한국인이냐고 묻고는 그렇다하니 자신은 쏜(손흥민)팬이라며 의자를 내주었다. 그냥 앉기 뭐해서.. 음료를 시키고 끝까지 보았다. 주님사랑교회 교인들과 함께 교회에서 축구를 응원하며 해설방송을 해주고 있는 오혜성 전도사의 해설을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들으며 보니 이색적이고 신기했다.
결과는 2:3 대한민국의 패배. 가게 주인의 위로를 뒤로한 채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숙소로 걸어 돌아오는 길, 올드시티의 예쁜 건물들을 구경하고 첫날의 일정을 마쳤다.
아름다운 곳에 아름다운 아내와 함께 있으니, 참 행복했다. 이곳 싱가폴에서의 모든 일정, 순간순간이 아름답다. 우리 부부의 삶도 늘 아름다울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