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짬을 내어 신혼여행 3일차의 기록을 남겨보자... 라고 생각하며 사진을 들여다보는데.
기억속에서 세부 일정들이 연결되지 않는다. 좋았던 기억들이야 영원하겠지만, 그 기억들 간의 연결고리를 잃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겠다.
셋째 날에는 충분히 자고 일어나 산토사 섬을 방문했다. 케이블 카를 타고 - 넘어가는 데, 아내는 너무 무서워했다. 케이블 카를 타는 내내 거의 바닥에 붙어 있었다.
바닥에 쭈구려있다가 그래도 사진 하나는 남겨보라는 나의 제안에 의연한 척 겨우 한장의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수요예배'였다.
우리가 예배드리겠노라 방문한 곳은 '상가폴 영광 한인교회'다.
내가 담임하는 주님사랑교회와 같이 '마포지방'에 속한 이를테면 형제 교회다.
싱가폴에 있는데 왠 마포지방?이라는 질문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이 교회는 재작년에 감리교에 편입하며 마포지방을 선택하여 우리 지방에 소속을 두게 되었다. 싱가폴에는 지방회가 없으니 한국에 소속을 두는 개념이다. 싱가폴 영광교회의 담임 목사님이신 이인한 목사님은 지방 교역자회 때에 ZOOM으로 참석하셔서 스크린을 통해 얼굴을 뵐 수 있었는데 - 교회를 소개하셨던 내용이 인상깊어, 언제고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신혼여행을 통해 이루어졌다.
수요 예배 전 저녁을 사주신다하여 오차드로드에서 만나 마라샹궈를 대접받았다. 이인한 목사님을 처음 뵈었는데도 스크린을 통해 자주 뵈었던 터라 마치 오래 알고 지낸 것 같은 내적 친밀감이 있었다.
상상했던 대로 참 따뜻한 분이셨고, 멋진 선배님이셨다.
두분은 곧 캐나다의 새로운 교회 담임사역을 위해 떠나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후 후임으로 우리지방 서강교회에서 부담임목사로 계셨던 송신영 목사님께서 부임하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송신영 목사님 역시 너무 멋지고 훌륭하신 선배님이시기 때문에 하나도 걱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부임 후 너무 잘 하고 계시다는 소식이 들려와 기분이 좋았다. 싱가폴영광교회를 위해 계속 기도해야겠다.
싱가폴영광교회는 다른 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고 있다. 몇 개의 교회가 하나의 예배당을 시간대를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예배 전 이인한목사님께서 찍어주신 우리 부부의 사진.
신혼여행 중에 말씀으로 충전될 수 있어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을 운동겸 걷다 숙소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라고 적으려 했으나 기억 하나가 연결되었다.
이때부터 엄청난 고통의 시간이 있었음이 생각났다.
나는 싱가폴 신혼여행을 준비(랄것 까지도 없는 결혼 준비 과정 중 가장 낮은 우선순위에 있던 것이지만) 중 숙소를 예약하다가 - '마리나베이 샌즈'에서의 하룻밤 정도를 계획했었다.
마리나베이 샌즈는 싱가폴의 랜드마크이고 세계적인 호텔 중 하나다. 특히 배를 이고 있는 모양의 세개의 건물과 옥상에 있는 인피니티풀(수영장)로 너무 유명한 핫플레이스.
성수기 하루 숙박료가 100만원을 상회하기 때문에 - 어려운 형편에 신혼여행으로도 이곳에서의 숙박은 무리라고 생각했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고나라에 검색하자..... 있다!
'길동무'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어르신.
마리나베이샌즈의 VIP회원인 본인이게 해마다 지급되는 숙박권을 저렴하게 내놓아 만남을 가지시는 분이었다. (후에 기술하겠지만 이분은 투숙하는 날 직접 오셔서 VIP라운지에서 체크인을 해주시고 직접 키를 넘겨주신다. 한국에서 오는 사람들과의 이러한 만남을 즐기신다고 한다.)
그래서 거의 일반 호텔 투숙비용으로 마리나베이에서 이틀을 묵을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그런데 왜 엄청난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고 하는가? 하면..
문제는 아침에 목사안수를 앞둔 친구 전도사의 임지에 관련한 중요한 상담을 오랜 통화로 해주고 난 후 호텔로 돌아왔는데 뭔가 실수를 했는지 휴대전화 데이터가 먹통이 된 것이다. 카카오톡이 안되니 이리 저리 만저보기도 하고 카카오톡 본인인증도 다시해보고 하는데 - 테이터가 안되니 인증요청 한도 수를 넘겨버렸다. 문제는 24시간동안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길동무 어르신과는 카카오톡으로만 연락을 취했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는 것.
약속 시간을 정하기는 했으나 장소나 서로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
나는 신혼여행 3일차 밤을, 거의 꼬박 새우며 그분과 연락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으려 갖은 노력을 다했다.
계약금 명목으로 소액을 입금했던 계좌로 1원씩 보내며 '선생님제카톡이' '안됩니다' 와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중고나라 글은 이미 찾을 수 없고, 정말 마치 누군가의 뒷조사를 하듯 서칭을 했다.
그러다 그분이 싱가폴과 가까운 말레이시아에 사신다는 것을 알게되고, 한인사회 커뮤니티에서 초등학생시절 첫사랑을 찾으시는 글을 발견하는 글도 발견하게 되었다. (사모님께는 비밀로 해드려야하는 것일까)
하지만 도무지 연락이 닿을 길은 없었다.
밤을 꼴딱 샜을 때, 아침이 밝자 - 정말 다행히 이메일이 하나 왔다. 예약을 위해 적어드렸던 이메일로 연락이 온것이다.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이렇게 우리의 셋째날이 끝났다.
넷째날 부터는 마리나베이샌즈에서 보낸 이틀의 이야기다.
이 글도 두달 전에 쓰기 시작해 저장된 것을 불러오며 이제야 올리는데 ...
신혼여행 이야기를 언제 다 마칠 수 있을까 싶다.
그래도 꼭 남겨두어야지. 기억의 연결고리들이 느슨해지기 전에!
(이 글은 2023.4.9에 기록된 것을 옮겨온 것이다.)